조성환 교수 “경찰 가상훈련체계, 일선 관서 도입·상시 훈련 필요”
마케팅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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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웍스 컨소시엄-경찰청 개발
‘VR 기반 스트레스 순응훈련 체계’ 제안
조성환 중앙경찰학교 교수 일문일답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묻지마 범죄 등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경찰 가상훈련체계 구축이 발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경찰청의 발주로 네비웍스 컨소시엄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추진 중인 확장현실(XR) 기반 복합테러 대응 교육·훈련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은 네비웍스의 첨단 가상훈련 플랫폼인 VTB-X(Virtual Training Block)을 기반으로 12개 시나리오에 대해 개발 중이다.
지난 18~2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3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네비웍스는 이동형 차량 훈련장에 구현된 △스트레스 순응훈련 △확장현실(XR) 피해자 상태조사 시나리오 등을 선보였다.
가상현실(VR) 기반으로 구축된 스트레스 순응훈련 시스템은 4인의 학습자가 망상에 시달리는 40대 남성의 염산 테러 상황에서 피해자 수색 및 구호, 행위자 수색 및 추적, 행위자 제압, 돌발상황 대체 등의 학습을 진행하는 시나리오하에 진행된다.
학습자는 손목에 심박수 측정 등 스트레스 측정 장비를 착용, 훈련 중 심박수가 기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 효과 등이 부정적 스트레스 반응이 화면으로 구현된다. 현장의 실제감을 살리기 위해 손으로 조작하는 컨트롤러를 없애고 직접 손의 반응을 추적하는 핸드 트래킹 방식을 적용했다. 스트레스 자극 강도를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게 해 체계적 둔감화 훈련도 가능케 했다.
학습자의 모든 행위는 점수화돼 돌발 상황에서 평정심을 얼마나 잘 유지하고 대처하는지, 추가 학습이 필요한 부분은 어떤 것인지 평가한다.
경찰청에 스트레스 순응훈련 시스템 구축을 직접 제안한 조성환 중앙경찰학교 교수를 국제치안산업대전 부스에서 만나 사업의 필요성과 발전 방향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조성환 중앙경찰학교 교수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Q. 가상화 기반 스트레스 순응 훈련 시스템을 제안한 취지가 궁금하다.
A. 이번에 선보인 스트레스 순응 훈련 시스템은 중앙경찰학교에서 지난해부터 가르치고 있는 과정을 가상훈련체계화한 결과다.
경찰관들은 때로 피와 살점이 튀고 비명 소리가 난무하는 살인, 강도, 강간, 흉기 난동, 변사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경찰관도 인간이기에, 도망가는 인파를 거슬러 현장에 출동했을 때 어떤 이의 다리는 후들거리고, 시야는 좁아지고 귀가 잘 안 들리거나 단기 기억상실을 경험한다. 유체 이탈까지 겪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이런 극한 공포 상황에서 어떤 반응이 나타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전에는 전혀 가르쳐주지 않고 체포술, 사격술 등 기술만 전수했다. 사명감만 강조하고, ‘용기가 없으면 집으로 가라’고 가르쳤다.
2021년 인천에서 일어난 경찰 흉기난동 현장 이탈 사건 이후 죄책감을 많이 느낀 건 그 때문이다. 그 때부터 학교에서 미리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을 꼭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연구와 훈련 프로그램 기획에 들어갔다.
세트장에서 이뤄지는 스트레스 순응 훈련에는 훈련생들이 ‘배우’가 돼 투입된다. 연출된 극한 상황 속에서 훈련생의 심박이 올라가면 호흡 조절을 해 심박을 낮추고 시야를 넓히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진행한다. 근데 교수 한 명이 그 모든 걸 통제하기도 너무 어렵고 육체적으로도 힘들다.
하지만 이러한 훈련과정을 가상화할 경우 교수 개인의 역량에 의지하지 않을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반복할 수 있다.
Q. 스트레스 순응 훈련 가상화의 성과와 아쉬운 점은.
A. 가장 큰 성과는 이러한 시스템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일 것이다. 훈련에 솔루션을 이용하면서 데이터가 쌓이고, 지속적으로 튜닝하는 과정을 통해 시스템이 고도화될 수 있는 장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심박수를 시야와 연결해 처벌-보상하거나 실제감을 높이기 위해 손에 쥔 컨트롤러를 제거한 것도 고무적인 시도다.
다만, 더 효과적인 훈련을 위해서는 시각뿐만 아니라 비명, 변사체 냄새 등 오감의 자극이 실제적으로 주어져야 한다. 피해자 보호와 범인 검거 등의 딜레마 스트레스 상황을 추가한다든지, 훈련 시 실제로 걷고 뛰고 움직일 수 있게 증강현실(AR)화하는 것, 훈련자 간의 의사소통 기능 추가 등도 필요할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이번에 개발된 스트레스 순응 훈련 콘텐츠는 2026년 430억원이 투입되는 중앙경찰학교 종합실습타운에 구축될 예정이다.
하지만 출동 업무에 투입되는 경찰관들이 공포 상황에서 직관적으로 침착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훈련장뿐 아니라 실제 소단위 관서에도 시스템이 구축돼 상시 반복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
경찰도 로봇이 아니기에 극한 상황에서 공포를 느끼는 것은 똑같다. 그럼에도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지키기 위해 극복하기 위해 이런 교육 프로그램 마련을 통해 선제적인 대응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출처 : 정보통신신문(http://www.koit.co.kr) 최아름기자